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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물주는 법

고기 보니 맛나게 보이네. 잘 먹을게~^^ 그리고 화분 얘기인데... 화분에 물 줄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주면 안 돼. 골고루 퍼트리면서 줘야지. 안 그러면 땅이 파이거나 물을 다 담을 수 없어. 사랑도 마찬가지야 한동안 못 줬다고 한꺼번에 많은 걸 주면, 다 담지도 못하고 파일 수가 있어. 물을 줄 때는 꾸준히, 잔잔하고 살살 줘. 그러면 잘 자랄 거야.^^ 잘 자고 수고했어. 2011년 어느 날 소중한 사람의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빅토리녹스의 톱니형 칼

잠들지 않는 새벽... 맥주를 마시려, 잠든 집사람과 아들 몰래 침실을 빠져나왔다. 안주는 스모크 치즈. 스모크 치즈를 자르는 녀석은 언제나 빅토리녹스의 톱니형 칼. 이 톱니형 칼은 치즈의 아픔을 톱니 사이로 툴툴 털어놓으며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칼과 같이 치즈의 진득한 아픔에 뒤돌아보거나 머뭇거리는 현상은 느낄 수 없다. 이 녀석은 잔인하게 임무를 완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치즈엔 언제나 이 녀석이 쓰이나 보다.

이것저것 2021.06.09 (3)

피는 꽃

피는 꽃...기억에 없는 어느 시간에 알게 된, 이 글이 참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핸드폰 번호 이름을 이 글로 저장했다. 연애시절 ‘피는 꽃’이란 이름으로 내 핸드폰에 저장되었던 사람이, 지금은 내 반려자가 되어있다. 이젠 내 곁이 오래 머물러 있었고, 자주 접하는 이름이어서 그런지 이 글을 알게 됐을 때의 느낌은 무디고 희미해졌다. 이 무디고 희미해진 느낌이 어느샌가 내 몸에 베어들었었음을 느낄 때가 있다.베어들었던 그 느낌이 고개를 쳐들어 내 기억을 바라볼 때면 그 기억을 향해 웃게 된다.“그래... 이런 느낌으로 널 좋아했었지...”하며... 부부란 관계는 오래돼 무디고 희미해진 이 글과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 이래서 같이 있고 싶었었지... 이래서 같이 있는 걸 좋아하나 보다...” ..

내 몸은 비커 (Beaker)와 같습니다.

내 몸은 투명한 비커 (Beaker)와 같습니다. 사람들은 날 부를 때 비커가 아닌, 담겨 있는 것의 이름으로 날 부릅니다. 내 몸은 색상 없이 투명합니다. 무엇을 담으면 담긴 것의 색상이 나의 색상이 됩니다. 내 몸은 선호하는 색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선호하는 색상을 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색한 색상 조합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내 투명한 몸엔 흰색 눈금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얼마만큼 담겨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눈금은 머리끝까지 표시되어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듯합니다. 내 몸은 매일매일 담고 버리고를 반복합니다. 멋있는 조합을 만들고 싶어, 찾고 고르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멋진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

헐거운 시간

헐거움 없이 짜여진 시간을 지나 그 시간의 끝을 확인하고, 늦은 새벽 집으로 돌아온다. 2,3시간 후면 아침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처럼 집에 들어서는 내 손엔 술 한 병이 들려있다. 모두가 잠든 밤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조여져 있던, 그 시간을 보상하려는 듯 술을 따른다. 보상의 횟수가 늘수록 빈틈없이 조여져 뾰족했던 그 시간은 헐거워지고 아팠던 시간은 무뎌진다. 보상은 아직 남아있는데, 밖은 밝아져 온다. 다시 눈을 뜨면 지난밤의 보상으로 중화되어, 부드러워진 그 시간만이 남겨져 있기를 바란다.

주차장 학생 담배

해가 진 후 집으로 들어서려는데, 주차장 저 끝에서 대화 중인 한 무리 사람들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4명 정도의 중고등학생들이다.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거기서 뭐 하니?” 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담배 연기가 느껴지며 난 얼굴을 찌푸린다. 한 두 명의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다가가니 학생들이 담배를 감춘다. 준비하고 있던 것 마냥, 그들에 대한 거부감이 이내 나를 감싼다. “다른 곳으로 가”라며 난 손짓한다. ‘훠이~’ 하며 논에 있는 귀찮은 새를 쫓듯이... 학생들이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고는 내게서 멀어진다. 멀어져가는 그들의 등을 확인하고 나는 집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왠지 집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시원치 않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안 좋다. ‘그런..

이것저것 2021.06.08 (2)

배달 오토바이

거울을 보며 귀 쪽 머리카락을 넘기는데 흰 머리카락이 빛이라도 발하듯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난 바로 집사람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도와줘~~~!!!” . . . 의자에 앉아 집사람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다. 집사람은 흰 머리를 잘 뽑는다. 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집사람은 내 뒤에서 머리카락을 뒤적이며, 분리돼 있던 소소한 하루를 얘기한다. 창밖에서 우리의 대화를 가르는 소음이 배달 오토바이와 함께 빠르게 지나간다. 저 오토바이 소리는 언제나 거칠다. 귀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거칠게 만든다. 배달 오토바이들의 엔진 소리는 아스팔트 노면과 같다. 조밀하나 일정치 않고 만지면 거침이 느껴지는 소리. 우리는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을 욕한다. . . . 나도 가끔 저 오토바이들로부터 배달을 받..

치자꽃

오후 외출 때만 해도 부풀어 오른 꽃망울만 보았는데, 돌아와 보니 하얀 낮을 대신해 하얗게 피어올랐구나. 게으른 이 때문에 좋은 흙을 늦게 만나 꽃이 늦나 했는데, 피고 나니 기쁨은 때와 상관없구나. 이제 시작이니 하얀 기쁨이 넘쳐나겠지. 내게 와서 2년째지? 겨울에 거칠어지던 널 보며 걱정했던 날 기억한다. 환해진 지금의 널 보니 조금 널 알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녀는 음악이 눈 덮인 웅장한 침묵의 들판에 활짝 핀 한 송이 장미와 흡사했던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시대를 생각했다. 언제였는지 기억에 없는 그 시간에 아이폰의 음악이 너무나 익숙해 감정의 동요가 생겨나지 않았던 그때쯤 읽었던 글. 넘쳐날 정도로 많다면 뭐든 소음과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겠구나 했었다. 이제는 고요는 소중하고 값지다. 이 시대엔 그런 것으로 돼버렸다.

201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