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53

영화관에서

사진에 표시된 날짜를 보니 2011년 6월 3일이다. 아들이 있기 전 집 근처 영화관에서 광고 디스플레이에 포함돼 있던 촬영기기로 찍은 사진인데, 화질은 별로지만 나름 좋아하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2014년 8월에 찍은 사진으로 같은 위치에서 같은 기기로 찍은 것이다. 집사람이 심심해하는 아들을 데리고, 지하철 타고 영화관에 놀러 갔다 찍은 것을 내 핸드폰으로 보낸 것이다. (아들은 아직 조용히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이 사진에 내가 없는 것이 아쉬워 나중에 아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셋이서 같은 사진을 찍어볼 생각인데, 그때까지 이 촬영기기가 남아있을진 의문이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찾아가서 찍어야 할까?

우리아이 2014.09.15

봄소풍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오후 1시가 돼가는데 수목원 생각이 난다. 쉬는 동안 하려던 아들 방 꾸미기도 영양분 없는 흙을 바꿔 주려던 분갈이도, 갑자기 든 ‘수목원으로 놀러 갈까?’란 생각에 가차 없이 뒤로 미루고 싶어진다. 집사람에게 의향을 물으니 당연 좋단다. 처음엔 광릉 수목원을 생각했는데 예약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결정했다. 아담한 아침고요수목원이 아들과 놀기엔 더 적합할 듯싶기도 하다. 대충 준비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토요일이라 도로 위 나들이 차량이 많다. 느릿한 차 속에서 ‘늦었는데 괜히 나왔나?’란 하나마나한 생각이 든다. 서울을 벗어나니 차는 속도를 내며 시원한 경치를 보여준다. 늦게라도 나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주유를 위해 정차한 사이 아들의 사진을 찍었다. 예전에도 이 자리 이 각도에..

우리아이 2014.05.29

비눗방울 목욕

퇴근해 집에 들어서니 집사람이 아들을 목욕시키는 중이다. “나 왔어~”라고 하니 집사람이 욕실로 들어와 보란다.울 아들은 거품 목욕 아니 비눗방울 목욕 중이었다.^^ 아들 머리에 방울방울 달린 비눗방울이 재미있어 급하게 사진기를 들고 다시 욕실로 들어왔다. 찰칵찰칵! 찰칵찰칵!! 왕비눗방울이 머리 위에 방울방울. 비눗방울은 유아용 클린져로 만들었다. 머리 위를 지나 등까지 타고 내려가는 비눗방울이 전의적 머리장식 같아 보이기도 한다. 스따~일~~~ 있다. 비눗방울이 물 위에서도 안 터지고 잘 있다. 손가락으로 만지작 만지작. 어떤 느낌이었을까? 비눗방울을 만들 때 쓰인 기구는 비눗방울 놀이용 장난감이다. 유아용 클린져 만든 비눗방울 이어서 놀이 후 씻기면 자연스럽게 목욕도 돼서 즐겁고 괜찮아 보인다. 무..

우리아이 2014.05.19 (2)

우리 아이 밥 잘 먹이는 방법

이쁘고 바랄 것 없는 아들이지만 욕심내어 아들에게 꼭 한 가지 바란다면 그것은 ‘밥 잘 먹는 것’ 일 거다. 아들을 식탁 의자에 앉혀 안전띠를 매어 놓고 눈앞에 재미있는 영상(뽀로로 등)을 대령하지 않으면 첫 숟가락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랫입술을 내밀며 입은 굳게 다문 채) 그나마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주면 그것에 정신이 팔려 밥을 받아먹는데 이마저도 절반 정도 먹고 나면 소용없다. 집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해서 먹여보고, 밥 잘 먹게 한다는 한약을 먹여봐도 아들 녀석의 입은 음식을 반겨할 줄 모른다. 아들이 김을 좋아해서 안 먹으려 할 땐 밥을 김에 싸서 먹이고 있긴 한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조미된 김만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일 때문에 일하다가 집에 전화할 때면 “아이는 밥 ..

우리아이 2013.12.24

감정을 공유하다.

아들이 옷장 서랍을 여는데 그것이 집사람의 발에 부딪혔다. 아플 정도는 아니었지만, 집사람은 장난으로 아프단 표현(과장되게)을 하며 아들 앞에 쓰러져 우는 척을 했다. 그런데 아들의 반응은 평소와 달리 집사람에게 다가와 같이 우는 것이다. 남아(男兒)는 여아(女兒)보다 감정 공유에 서투르단다. 그것을 알면서도 엄마가 아플 때 아들이 알아줬으면 했던 집사람은 아들의 이번 반응이 기쁘고 즐거웠나 보다. 다른 사람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집사람의 기쁜 목소리를 나도 공유하며 즐거워하고 기뻐했다.

우리아이 2013.11.29

늦은 출근 중 버스에서

늦게 일어나 집사람이 차려준 밥을 먹는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집밥이다. 집사람이 잰 김이 참 맛나다. 식탁 아래서 엄마 아빠를 올려다 보고 있는 아이의 눈이 안되보여 내 무릎에 앉혀 높고 식사를 계속한다. 엄마는 손가락만한 김밥을 만들어 아이의 입속에 넣어준다. 밥을 먹다 느낌이 이상해 아이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아이는 고개를 떨구며 졸고 있다. 낮잠 잘 시간인가보다. 나가기 전에 아이를 재우고 싶어 속도를 내 밥을 먹는다. 아이를 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내 몸을 맞춘다. 아이가 깊이 잠들기 시작한다. 아이를 안고 있는 가슴과 팔, 머리를 감싸고 있는 내 손이 따듯해진다. 가슴에 생긴 따듯함에 자성(磁性)이 있는지 아이가 한결 가볍다. 출근은 해야 하는데 가슴의 따듯함이 좋아 좀 더 안고 있다...

우리아이 2013.09.30

너만 한 녀석은 다신 없겠지

아들이 물놀이 후 배고팠는지 혼자서 맨밥을 찾아 먹는다. 이를 즐겁게 바라보던 집사람이 밥에 조미김을 싸서 아들에게 건넨다. 잘 받아먹는다. 맨밥보단 짭조름하니 맛나겠지. 아들이 고개를 돌려 날 보더니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선, 달려들듯 내게 꼭~ 안긴다. 순간... “그래, 너만 한 녀석은 다신 없겠지.” 싶다. 그 마음으로 나도 아들을 꼭~ 안는다.

우리아이 2013.08.24

아빠~아빠~ [62주]

며칠 전부터 아빠라는 말을 하더니,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발음도 어떤 말보다 정확히요. 아들이 의미까지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그 ‘아빠’란 소리를 저와 짝지어 생각하게 되고, 거기서 의미를 찾게 되겠죠. 소리란 처음부터 의미를 가지고 태어나진 않습니다. 우연히 태어나 헤매이다가 짝을 만나면 의미를 가지는 것이죠. 소리의 해석은 발신지가 아닌 수신지에서 정해진다고 합니다. 수신지에서 정해지는 그 의미가 값지면 값질수록 그 소리는 진한 기쁨을 남기고, 그 ‘기쁨을 나누는 것’으로 ‘소리의 의미’가 전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약속이란 기쁨에서 만들어졌나 봅니다. 아빠란 소리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았지만, 그 소리가 가지고 있는 기쁨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

우리아이 2013.03.2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