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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녀는 음악이 눈 덮인 웅장한 침묵의 들판에 활짝 핀 한 송이 장미와 흡사했던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시대를 생각했다. 언제였는지 기억에 없는 그 시간에 아이폰의 음악이 너무나 익숙해 감정의 동요가 생겨나지 않았던 그때쯤 읽었던 글. 넘쳐날 정도로 많다면 뭐든 소음과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겠구나 했었다. 이제는 고요는 소중하고 값지다. 이 시대엔 그런 것으로 돼버렸다.

2018.02.07

‘포카 혼타스’의 주제곡 중에서 (’책은 도끼다’에서 발췌)

넌 우리를 미개인이라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 네가 그렇게 문명화되었다면서, 너는 땅이 전부 너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구가 죽어 있고, 네가 요구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너만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너만이 생각할 수 있다고 하는데 너는 좀 더 배울 필요가 있다. 너는 늑대가 우는 소리의 의미를 들어본 적 있나? 바람의 색을 느껴본 적 있나? 너는 나를 미개인이라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2015.04.10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깨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15.04.02 (2)

‘침묵의 봄’ 중에서 [ 레이첼 카슨 저 ]

물, 토양 그리고 지구의 녹색 외투라 할 수 있는 식물들 덕분에 지상에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 현대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우리의 식량을 만들어주는 식물이 없다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에 대해 우리는 정말로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각적인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식물을 잘 키우고 보살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별로 바람직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거라면 즉시 이 식물을 없애버린다. 인간이나 가축에게 해를 끼치는 식물뿐 아니라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식물이라고 해도 우리의 좁은 소견으로 볼 때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다면 바로 제거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별로 원치 않는 식물과 연관이 있다는 이유만으..

2014.01.04 (2)

‘왜 도덕인가?’ 중에서

잠시 덮어 두었던 ‘왜 도덕인가?’를 다시 읽는데 뭔가 막연히 느끼던 것을 글로 만나는 것 같아 책의 한 부분을 올려본다. “국가나 대도시들은 너무나도 거대해 공동체에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너머의 세계는 점점 더 비인간적이고 추상화되어 개인의 통제권이 닿지 못한다.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도시들은 마을과 지역공동체를 지워나가고 있다. 가구수는 늘어나지만, 산책을 즐기거나 주부와 아이들이 만나고, 공동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든다. 일터는 어두운 터널과 매정한 고속도로 너머로 한없이 멀어진다. 의사와 변호사, 공무원은 언제나 필요한 곳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있으며 그들이 누군지 알 수도 없다. 너무나도 많은 곳에서 -번잡한 도시뿐만 아니..

2013.09.21

요츠바랑!

‘뭘 해도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부모에게 어린 자식이란 언제나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존재일 겁니다. 삼자로선 아무 일도 아닐 아이의 행동이 부모의 눈엔 무척이나 기쁘고 대단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를 둔 엄마들에 섞여 있는 삼자 여성은 대화에서 소외되기 쉽죠. 엄마들은 대단한 대화를 하는데, 삼자의 여성에겐 별것 아닌 대화로들리거든요. 어느 날 집사람이 보는 ‘요츠바랑!’이란 만화책을 보게 됐습니다. ‘요츠바랑!’은 5살 정도의 꼬마가 주인공인 얘기로, 어른들이 만든 세상을 순수하고 엉뚱하게, 놀이터와 같이 받아들이는 귀엽고 밝은 만화책입니다. 이 책의 즐거움은 고정된 세상에 대한 이해를 ‘요츠바’를 통해, 순수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주는 것에 있는 거 같습니다. ‘요츠바’..

2012.10.22 (2)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원으로 두 남자의 집 짓기

'마당 있는 집'. 이 책을 읽으며 미래의 내 집을 꿈 꿔 봅니다. 집 짓는 평당 건축비는 400만원이면 충분해. 세 식구면 25평이면 충분하지. 단독주택 실평수 25평이면 아파트 30평대 크기야. 30평이면 넉넉잡고 평당 400만원 곱해 1억 2,000만원. 경기도 단독주택 필지가 평균 2억 5,000만원. 단독주택을 원하면 먼저 땅을 사라, 능력만큼. 그리고 능력만큼 지어라, 크게 짓고 싶으면 나중에 중축할 수 있다. 이 간단한 방법을 다시 시도하지 않고 처음부터 큰 집만 생각해서 못 짓는 것이다. 그래도 경제력이 모자라면, 친한 사람과 같이 지어 마당을 공유하라. 땅값 3억 ⇒ 평균 60~70평까지공사비(인테리어 포함) 평당 400만원 ⇒ 30평 규모의 집 두 채 2억 4,000만원설계비, 취등록세..

2012.10.17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패트리샤 맥코넬 지음)

내가 읽은 책들은 모두, 많건 적건 밑줄이 그어져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았을 때, 새로운 것을 찾았을 때, 느낌을 줄 때. 밑줄 치는 행동은 책에서 원하고 느낀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행동이라 생각된다. 나는 고장 난 자동차를 자동차 수리공에게 가져가는 것을 창피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 없다. 단, 자동차를 수리할 때처럼 개를 다루고 훈련시키는 일에도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며, 올바른 윤리 의식까지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저자는 개줄은 통제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연결고리’라고 말한다. 인간은 소똥 위에서 뒹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갓 태어난 아기의 태반을 먹어 치우지도 않고 하늘에 감사하게도 상대방의 ..

2012.09.28

스틱! (칩 히스·댄 히스 지음)

단순한 메시지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핵심과 간결함의 결합이다. 최고경영자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그런 우선 과제를 공유하고 성취하는 데 있어서는 황당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다. 문제는 지역 신문에 지역 사람들의 이름이 충분히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면을 채울 이름들만 충분하다면, 나는 기꺼이 방행 지면을 두 페이지 늘리고 식자공을 두 명 더 고용할 것이다. 지역 중심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신문이 지루해져도 상관없다. 만일 가 오늘 석간에 던 마을 전체의 전화번호부를 인쇄한다면, 나는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의자에 않아 자기 집 전화번호가 있는지 훑어볼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 가지를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버튼이 50개나 달려있는 리모컨은 채널 변경이 힘..

2012.06.28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는 UX 디자인(김동환, 배성환, 이지현 지음)

모범적인 사용자 경험을 위한 첫 번째 요구사항은 사용자가 불평 혹은 부담이 없도록 정확한 니즈를 맞추는 데 있다. 그 다음은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데 즐거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게 하는 단순함과 우아함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이지하고 있지 못하는 바람을 끄집어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가장 이상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업무의 성격상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프로토타입으로구현하는 일이 따르게 된다. 이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더 나아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교감을 위한 표현 능력이 되는 것이다. 제시 게러트에 의하면 사람들이 워하는 건 바로 자신의 경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다. 차별화된..

201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