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6

돌아다니다. (지난 이야기)

생각을 잠시 접어두려고 영화관에 왔다. 직장생활 할 때는 퇴근하고 자주 들리던 대한극장이었는데 참 오랜만이다. 예전에 비해 변함 없는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좋다. 아직 직장인들이 일할 시간이어서 복잡하지 않아 이또한 좋다. 예매 후 남은 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커피점에 들러 책을 읽는데 시선은 책을 벗어나 창밖을 향하곤 한다. 시선을 책 위에 두려 노력 해보지만, 내용이 어려워 그런지 영…. 책 읽기를 포기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밖의 전경은 책의 내용보다 훨씬 복잡하나 이해할 필요가 없기에 단순하게 느껴진다. 창밖엔 행인을 향해 다가서는 두 단체가 있다. 하나는 종교단체, 하나는 자원봉사 단체다. 자원봉사 단체의 현수막을 보니 독거노인의 무료 급식에 대한 서명을 받나 보다. 여자 둘, 남자 한 명..

이것저것 2014.09.03 (2)

안산 이야기 - 정혜신

안산과 진도는 여전히 지옥같은 고통과 슬픔으로 꽉 차 있습니다. 지난 10여년 트라우마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해온 저도 매일 저녁 나가떨어질 만큼 몸과 마음이 힘이 듭니다. 글 한 줄 올리기도, 문자에 답을 하는 것도 못하는 경우가 요즘 점점 많아지네요..ㅠ 그럼에도 소식을 알려야 잊혀지지 않는다, 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입니다. 그래서 몇 자 소식을 적습니다. 1. 그간 개별적으로만 유족 부모님들을 만나다 며칠 전에는 유족 부모님들 전체와 만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에 만나 3시간여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날 그 공간의 공기는 분명 납덩이였습니다. 공기에 무게가 있다는 걸 그렇게 확연히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3시간만에도 그 무게에 짓눌리는데 그분...들은 24시간 일분 일초를..

링크 스크랩 2014.06.11

조문

‘안산 화랑유원지’로 조문을 갔다. 주차장이 분향소와 멀리 떨어져 있다하여 주차장을 검색했었는데 근처에 도착해보니 검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내는 잘 되어 있었다. 주차 후 10분 정도 걸으니 분향소에 다다랐다. 줄을 서 기다리는데 50대가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유모차에 앉아 있는 우리 아들을 보곤 “어린이날 이런 곳에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분은 얼굴이 벌것타. 봄볕에 타서, 아니면 슬픔 때문에 그리되셨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정상적이지 않은 눈가를 보니 슬픔과 무력감에 얼굴이 벌겋게 된듯싶다. 그때 약간의 경계를 가졌던 나는 ‘꼭 안아드릴걸, 하다못해 손이라도 잡아드릴걸.’하는 후회가 인다. 분향소에 들어섰다. 저 멀리 학생들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저들이 그 아이들이구나 느끼는 순간 눈물..

이것저것 2014.05.07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홍세화

등록 : 2014. 04. 24 19:10 한겨레 비통하고 참담하다. 이웃의 고통과 불행에 무감해진 사회라 하지만 이 가혹한 시간을 별일 없이 감당하는 동시대인은 어떤 인간인가. 가슴이 먹먹해지고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한다. 탑승자 476명, 구조자 174명. 실종자와 사망자 302명.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었을 뿐. 본디 실종자라는 말은 올바른 정명(正名)이 아니었다. 공자님은 논어에서 “명칭과 실질은 일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사람들은 모두 배 안에 갇혀 있었다. 실종자는 “종적을 잃어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을 뜻한다. 국민 모두 알고 있었다. 생사는 알 수 없지만 종적을 잃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을. 실종자보다 긴급구출 대상자라고 불러..

링크 스크랩 2014.04.28

울컥

어린 아들을 목욕시키는 시간엔 언제나 만족감이 따른다. 오늘은 다른 때 보다 아들의 목욕 시간이 길다. 이런 시간을 더 길게 가지고 싶어진다. 따듯한 물줄기와 함께 아들의 몸을 어루만지는 내 입가엔 만족감이 나타나 있다. 아이의 몸 이곳저곳을 씻기는 도중, 작은 등을 보는 순간 갑자기 입술이 구겨지며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이전보다 울림이 심하다. 울기에 편한 공간이어서 그랬나 보다. 울다가 아들이 우는 아빠를 보지 않았으면 해서 물로 얼굴을 적신다. 시간을 가리지 않는 이놈의 눈물을 어쩌면 좋은가...

이것저것 2014.04.24

가만히 있으라

[세상 읽기] 가만히 있으라 등록 : 2014.04.17 18:48 수정 : 2014.04.17 20:42 한겨레 1986년 4월26일 오전 1시23분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화재가 났고, 어마어마한 방사능이 대기로 치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5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는 ‘폭발은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학술위원 알렉산드로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것이 정상적이다. 원자로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며, 거대한 사모바르(러시아식 주전자)를 붉은 광장에 세워 놓은 것과 같다’는 답을 받았다. 그날, 정상치보다 60만배나 높은, 나흘 뒤면 치사량에 이르게 되는 끔찍한 방사능이 넘실거리는 체르노빌 인근 도시 프리피야트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사고가 ..

링크 스크랩 2014.04.19